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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주는 필요 없다고 말하려는데 이미 천일명은 말을 마치자마자 집무실 밖으로 쏜
살같이 나간 후였다.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
다는 이야기일 것이고, 은인을 잠시 도와주는 것이 자신에겐 크게 어렵지도 않은 일
이기에 현우는 그동안 공짜로 얻어먹은 밥값 삼아 이번 일을 도와주기로 하였다.
– 객장(客將) 현우’이거 정말 거추장스럽구만, 팔이나 다리 움직이는데도 신경 쓰이고
이래가지고 어찌 전투를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군. 더구나 이렇게 무거운 동편을 주
렁주렁 달고, 가슴은 통째로 아예 동판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거 무겁긴 장난이 아
니군. 하긴 약간의 내력만 돌리면 그리 어팁?않겠지만, 괜한 낭비 아닌가? 옷 때문에
공력을 낭비하다니 하긴 내가 그런 말을 할 이유는 없지만 말이야..’현우는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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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은 기연 중 가장 값진 것은 철혈심법(鐵血心法)의 대성이라 생각했다.철혈심법은
중원도교의 원맥이라는 전진교 최고의 심법으로, 서장 포달랍궁의 대력차미기(大力
借味伎)와 함께 천하이대기공으로 꼽히는 특이한 심법이었다. 이 심법들은 연성자를 무
인이라면 무상의 꿈이라 부르는 금강불괴(金剛不乖)의 신체로 만들어 주는 효능을 가진
것들로써 이 심법들을 대성하여 금강불괴에 이르렀다는 자가 천년동안 채 몇 명도 안될
정도로 익히기가 어려웠지만 두 문파의 최고 기공, 아니 각기 서장과 중원의 최고기공
으로 손꼽기엔 전혀 손색이 없는 것들이었다.금강불괴의 효능 외에도 철혈심법은 만독
불침(万毒不侵)의 신체로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산공분(散空粉)이나 미혼약 같은 독약
은 아니나 무인에겐 치명적인 모든 종류의 약으로부터도 연공자를 지켜준다.물론 대력
차미기도 다른 효능이 있는데 자신의 내력을 순식간에 외부로 발출하여 폭발시켜 근방
십장안을 초토화시키는 폭기공(爆氣攻)을 가능하게 해주며, 모든 사마(邪魔)의 환공(換
攻)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현우는 철혈심법을 우연한 기회에 산속에서 만난 전
진교 교주 성진도장(性眞道丈)의 죽음을 지켜주는 호의에 대한 답례로 받았다. 천년이
르는 동안 전진은 수많은 포교를 하였고, 그러는 동안 여러 곳에 전진교의 교리를 따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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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의 도량들이 세워지며 도교가 널리 유포되었다. 하지만 무한정 베풀기만 하는 전
진의 위세는 점차 떨어져 가기만 하였다. 혜택을 받는 일반 신도들은 늘어갔지만 교를 유
지하여야 하는 문인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궁핍한 교내 생활로 인하여 그 고단함을 이기
지 못하고 점차 줄어들었고 또 그로인해 새로 입교하는 문인들이 없게 되니 세가 기울 수
밖에 없었다.세상인심이 그렇하듯 작아지는 교세로 인하여 베품의 양이 줄어들자 일반 신도
들도 계속 줄어만 갔고 결국엔 교주 혼자만이 남아 겨우 명맥만 이어가게 되었는데 그도
진도장의 대에서 끊기는 비운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현우는 성진도장의 간곡한 부탁
으로 전진의 도교 경전과 무공서를 받아 후인을 찾아 그 대를 잇게 하여 주었었다. 또한
성진도장이 하지 않았던 말 그러니까 먹고 살 정도는 남기며 베풀라는 충고를 선사의 명
이라는 거짓으로 포장하여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