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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명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수일

거라고 짐작은 했었다. 아니 전에 저 공자를 보았던 황보세가 사람의 말처럼 꽤 대단한

고수일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정도 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다.

순찰선에서 알려오길 왜구의 수가 근 삼천여명 정도라 했었는데, 그 모두가 저 공자의

손에 절단이 나 있었다. 그렇다고 시간이 긴 것도 아니었고, 일각(刻; 약15분) 정도였다.

저 공자가 배에서 뛰어내리고 나서 급한 마음에 병사들을 독려하여 서둘러 상륙하는데

걸린 시간이,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그토록 자신들을 괴롭히던 왜구 놈들을 모조리 척

살하였던 것이다..천도독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적장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현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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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저- 고, 공자님 어, 어찌 된 것입니까?”현우에게 말을 건네는 천

도독의 말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거의 극존칭으로 바뀌어 있었다.“에? 뭐가요?”“지금 상

황말입니다. 혹시 다른 분들의 도움이라도….?”“도움이요? 뭐 그런건 없었는데요. 아직 온

다던 육군도 오지 않았고…”“그럼… 전부 공자님 혼자서 이리 하신게…..”“예? 아~ 예. 제가 좀

심했나요. 뭐 몇 놈 살려서 정보도 얻고 그래야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제가 좀 마음이 급

해서 말이죠.”미안하다며 말하는 현우의 말투는 미안함이 물씬 풍기지만 얼굴이나 하는

행동은 전혀 아니올시다였다.“하여튼 장군. 이 갑주는 정말 멋있지 않습니까?”“예? 아-아

예. 정말 화려한 갑주로군요. 저도 저번 전투에서 습득한 왜장의 갑주가 한 벌 있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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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화려한 갑주는 처음 보는군요.”천도독의 눈에도 지금 앞에 서있는 자의 갑주는 정말

화려했다. 아마도 명인급의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을 것이 확실하다 싶을 만큼. 현우

처럼 주위를 돌며 천천히 갑주를 감상하던 천도독은 화들짝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검을 뽑아 들었다.“공자님. 어서 피하십시요. 저놈이 아직 살아 있습니다. 눈이 움직였다

고요.”“에? 아~ 예. 이넘 아직 살아있어요. 제가 점혈을 좀 해놨거든요. 지금은 눈 말곤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어요. 그러니 그만 검은 넣어두세요. 하하하”“예? 아! 예. 그렇군

 요. 너무 놀랐습니다.”다시 현우와 왜장의 곁으로 다가서며 천도독은 방금전의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무림인들이 혈도를 막아 움직임을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수많은 부하 장졸들 앞에서 그리 당황한 것에 창피한 생각마저 들었다.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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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이 아닌 다음에야 저렇듯 석상처럼 서 있을 수도 없을 텐데. 자신의 경솔함이 부른 아니

, 지금 이곳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정신이 하도 없어, 실수 한 것이라며 애써 자위

해 보지만 창피함으로 표정이 굳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그럼 이자는 어찌 하실 작

정이신지?”“아~ 이넘이요. 장식용으로 사용하려구요. 헤헤 물론 대감의 허락이 있어야

하겠지만….. 헤헤헤”사악한 얼굴로 헤픈 웃음을 짓는 현우를 보며 천일명은 순간 멍해졌

다. 살아있는 적장을 작식용으로 달라니….. 천도독이 어이없는 현우의 말에 놀라 멍하니

서있다 방금 전처럼 다시 화들짝 놀라며 맹렬히 머리를 아래위로 휘둘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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