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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 없어진다는 사실은 대수롭지 않다 하더라도, 죄 없는 유모에게까지 누가 미치리라는 것이 뻔했기 때

문이었다.소년은 조금도 주저하는 빛이 없이 선뜻 대답했다.”그런 일은 절대로 없소 !””절대로 없다구?”정여

룡은 여전히 징글맞은 음성으로 웃어대며 호통을 쳤다.”네 녀석과 대면을 시킬 사람이 하나 있다! 그때에도

네 녀석은 딴청을 부릴 작정이냐?”정여룡은 형당사호란 놈들을 바라보며 호령을 했다.”내 명령이다! 그 계

집년을 당장 이 자리로 끌어내도록 해라!”이 한마디의 호통 소리는 소년에게 하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소년

의 얼굴빛은 금세 핼쑥하게 변했다. 그가 내심 겁내고 걱정하고 있던 일이 사실이 돼서 자기 눈앞에 나타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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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기 때문이었다. 젊은 장주 정여룡의 입으로 ‘그 계집년’이라고 한 말은, 의심할 것도 없이 소년의 유모를

가리키는 말임을 알아챘다. 유모는 벌써부터 놈들에게 잡혀 와 있는 모양이었다. 자기의 죽음에 대해서는 태

연할 수 있는 소년도, 유모가 잡혀 와 있다는 청천 벽력 같은 사실 앞에는 그대로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돌

연, 목청이 터져라고 소리를 질렀다.”모든 일이 나의 유모와는 추호도 상관이 없는 일이오! 그 부인을 잔인

무도하게 대접해서는 안 되오!”정여룡은 사람을 잡아삼킬 것같이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소년을 흘겨 봤다. 그

리고 의기 양양하게 냉소를 연발했다.”헤헤헤‥‥‥ 헤헤‥‥‥ 도둑이 제 발이 저리다구! 네놈의 입에서

먼저 유모란 말이 터져 나오는구나! 흥! 좀더 두고 봐라! 나는 네놈의 눈앞에서 그 계집년을 혼을 내 보일 테

니까‥‥‥‥”말소리가 끝나기 바쁘게 형당 안으로 등불이 훤하게 비쳐 들어왔다. 정여룡의 명령을 받고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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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밖으로 나갔던 형당사호 중의 두 장정 녀석들이 바람처럼 빠른 속도로 달려 들어왔다.소년은 기막히는 놀

라움을 참지 못하고 전신에 오싹 소름이 끼쳤다. 두 장정 녀석들이 어떤 여자의 옆구리를 양쪽에서 끼고 들어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자의 얼굴과 머리에는 시커먼 수건이 씌워져 있어서 누구란 것을

똑똑히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 그러나 그 여자의 몸매라든지 옷차림만 보아도 소년은 그것이 누구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 여자는 바로 자기를 십오 년 동안이나 키워주고 가르쳐 준 유모임에 틀림 없었다.유모

는 놈들에게 붙잡힌 지 이미 오래 됐을 뿐만 아니라, 중형(重刑)까지 받은 모양이었다. 여자는 전신에 핏자

국이 얼룩덜룩 묻어있었다. 몸이 흐늘흐늘, 자기 힘으로는 똑바로 가누질 못했고, 양편에서 두 장정 녀석들

이 겨드랑이를 끼고 부축하지 않는다면 꼿꼿이 설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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